안과 밖 사이


생각은 그저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파편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, 노력의 결과로 뽑아져 나오기도 한다. 골똘히 눈알을 굴리며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면서, 또 종이에 끄적이거나 자판을 두들기면서 말이다. 이를테면 생각이 생산되는 과정이 있는 셈인데, 그 생산의 도구, 생산의 시간 모두가 나에겐 여전히 정형화 되어 있지도 규칙적이지도 않다. 전문 학자로 가는 길 문턱에 서서 스스로를 직시해 보면 참 부끄러운 상황이다.

특정한 문제를 계기로 구성해 내지 않는다면, 기억과 감상의 형태로 흩어져 있는 지식의 파편들은 그 자체로 전혀 유용하지 않을 뿐더러 그 마저도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. 그러므로 어떻게든 지속적으로 생각을 뽑아 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. 안에서 밖으로 말이다.

그렇지만 그 밖이 아무런 꺼풀이 없는 곳이라면 곤란하다. 의식적으로, 인위적으로 구성해 낸 생각은 그것이 정형화 되는 순간, 때로 더 심도 있는 생각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곤 한다. 의견으로 만들어 낸 생각을 완전히 내 밖으로 내몰지 않고 얼마 간 계속 안과 밖 사이를 맴돌게 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. 오래 담금질을 할 수록 그 생각들이 잘 꿰어 하나의 탄탄한 주장으로 만들 가능성도 커질 터이다. 

지금 산만한 내 생각은 수첩에, 리걸 패드에, 낱장의 종이에, 페이스북에, 트위터에, 이글루스에, 블로그스팟에, 아이패드유노트에 그저 떠돌 뿐이다. 나는 참 체계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는 자책을 수도 없이 하지만, 이를 차치하고 먼저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. 지식을 차곡차곡 쌓지 못하는 이 상황을 말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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